그녀의 기억에 남는 법
Pleasant PD의슬쩍上上 :
2010/08/14 21:55
어떤 남자가 있다. 2001년의 어느 봄날, 나는 이 남자의 차에 타고 있었다. 그 때 라디오에서 ‘황선홍’ 이라는 이름이 흘러 나왔다. 몹시 서먹서먹해하던 이 남자는 이때다 싶었던 것 같다.
“황선홍을 아세요?”
“그냥……이름만요.”
“황선홍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아세요?”
“운동선수 아니에요?”
“그럼 맞춰보세요. 1번 축구선수. 2번 야구선수.”
나는 잠깐 생각하다 자신 있게 소리쳤다. “2번 야구선수.”
이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나는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설명해 주었다. “예전에 ‘별이 빛나는 밤에’에 선동렬이랑 같이 출연한 적이 있거든요. 선동렬은 야구 선수잖아요. 선동렬 야구 선수 맞잖아요, 그죠? 제 친구 오빠 별명이 선동렬이거든요.” 이 남자는 또다시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002년 월드컵 붐을 타고 나는 황선홍이 사실은 축구선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어젯밤 어둑어둑한 방 안을 굴러다니는데 문득 그의 생각이 났다. 그런 남자란 적어도 가끔씩은 생각나게 마련이다.
John Godward "Does He Lov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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