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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녀석이 누나 섞어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처음에는 녀석은 어이류의 단어를 저런 식으로 발음하나보다정도로 흘려 들었던 것이, 다음에는 무척이나 명확한 라는 발음에 귀를 의심했고, 그런 다음에야 녀석이 정말로 저보다 살이나 위인 나를 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없었던 것이다.

 

오늘도 그는 누나, 오늘은 기분 어때요?”라며 전화를 걸더니만 , 너는 …”이라며 은근슬쩍 호칭과 존칭을 바꿔 버리려 하고 있다. 물론 이번에는 작정한 대로 녀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요즘 나한테 반말쓴다?”라며 따지고 들었다. 녀석, “내가 언제?”라고 슬쩍 발뺌하더니만 누나. 솔직히 말해봐. 내가 반말 쓰니까 좋지?”란다. 어이가 없다. ‘누나 년이 지나도 누나여야만 하며, 세상에 누나만큼 사랑스러운 단어가 흔치 않다고 생각하던 터이다. “, 한번만 반말 쓰면 본다?” 작정한 위협이 황량해지게스리 갑자기 대화가 끊긴다. 그는 그렇게 계속 말이 없다. 없이 , 아무 말도 없어?”라고 말을 걸었더니만 누나한테 있어란다.

 

녀석이 말이라는 것인 누나에게는 고쳐야 열가지 항목이 있다라는 것이다. 첫번째는 대화 도중에 본다 단어를 번만 사용하면 정말 화를 내겠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자신의 문자 메세지를 씹으면 안된다는 것이며, 세번째는 밥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며, 아무튼 본인도 열가지라고 말해둔 것이 있으니 이것저것 말도 안되는 항목들을 끌어다 넣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홉 번째. 누나는 좀더 솔직해져야 . 그리고 마지막으로 번째. 누나는 나랑 여행가는 것을 거부하면 안돼.” “? 안되는데?” “안돼. 아무튼 안돼. 누나는 열가지를 고쳐야돼.” “싫어.” “, 누나! 콘도 회원권 있는데 이번 여름에 한번도 못갔단 말이에요. 나도 친구들 데려올 테니까 누나도 친구들 데려와. 그럼 됐죠?”

 

그리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했다. 그러지 않아도 친구들과 여름이 가기 전에 여행 번은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하고 있던 차였고, ‘ 한다는 그의 친구들을 보고 싶기도 했으며, 그가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는 비발디 파크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듣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Felix Mas "Golden Robe-2000"

 

 

II

 

비는 안에서 보기는 나쁘지 않으나 나가려고 하면 사람을 여간 귀찮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반바지를 입지 않는 까닭에, 비에 젖지 않으면서도 밤새워 놀기에 불편하지 않은 옷을 고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가 앞에 도착했다고 전화했을 때까지도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던 터였다. 그에게 조금만이제 됐어라고 대답하기를 벌써 세번째, 결국 짧은 치마를 입고 콘도에서 입을 편한 바지를 하나 들고 가기로 하고 겨우 집을 나섰다.

 

누나, 우산은 가져와도 돼요라더니 차는 멀리 세워 놓고 현관 앞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혹시나 지렁이를 밟을까 열심히 바닥을 주시하며 걷고 있는데 허리께에서 무슨 느낌인가가 올라온다. 이불을 둘러덮고 전기놀이를 하던 녀석이 갑자기 전기를 보내는 느낌. 그가 허리를 살짝 감아안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는, 그래서 무척이나 부자연스럽게도 그의 손을 떼어 내는 수밖에 없었던. “, 누나, 뭐하는거야? 비에 젖지 말라고 우산 안으로 넣어 줬더니만, 완전 배은망덕 아냐?”

 

그렇게 화를 내던 그는 무척이나 민망했었는지 계속 말이 없다. “, 미안하다니까. 나도 진짜 그런 아니었거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어라며 여전히 운전대 너머만 주시하던, 덕분에 홍천에 도착할 때까지 일이란 굵던 빗줄기가 점점 가늘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던, 그렇게 마디도 없던 그가 친구들을 보더니 , 누나들, 말씀 많이 들었는데라며 살갑게 인사하는 모습은 어찌나 앙큼스럽던지.

 

그의 친구들은 역시 듣던 대로였다. 곤돌라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누나 한다며. 설마 우리를 실망시키는 아니겠죠내지는 근데 진짜 녀석보다 나이 많은 맞아요? 우리 솔직해져 보자고류의 잡담을 늘어 놓더니만 이제는 의뭉스럽게도 근데 둘이 사귄 지는 얼마나 됐대라고 떠들어대는 것이다. 녹는 아이스크림을 빨아 대느라 미처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항의하기도 전에 녀석이 니들 조용히 못해라고 선수를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소심한 녀석,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음에 분명하다.

 

곤돌라가 도착한다. 마침 옆에 있던 친구와 곤돌라에 올라타려 하는데 녀석, 친구에게 죄송합니다라며 손목을 낚아채더니만 옆에 올라탄다. “뭐야? 니가 여기 타는데?” “? 옆에 타면 안되냐?”라며 어깨에 팔을 올리는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지. 멀어지려는 어깨를 당기며 아홉 번째. 누나는 좀더 솔직해져야 라는 그에게 이상 저항하지 않았던 것은 첫째, 계속해서 녹는 아이스크림을 빨아 대느라 바빴으며, 둘째, 그와 다투다가는 새털구름을 잔뜩 안은 하늘 아래 펼쳐진 붉고 푸른 꽃과 나무의 전경을 놓칠 같았으며열번 , 하늘과 바람을 가르는 공간 위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은 따뜻했기 때문이며.

 

 

 

Felix Mas "Black Dress - 2000"

 

 

III

 

저녁 무렵에 들어와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잠자리에 들려 하지 않았다. 커튼을 걷으면 창문에 가득하도록 별들과 나무들이 보이는 방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밤을 잠과 바꿀 수는 없었겠지. 사람이 여럿이어서인지, 다들 기분이 좋아서였는지, 소주 박스가 벌써 동이 났다. “이거 소주 사와야겠는데.” “맥주 남았잖아.” “에이, 그래도 소주가 없으면 안되지. 내가 가서 사올게라고 나서는 것은 녀석이다. “ 포도!”라고 외치는 내게 그래? 그럼 먹고 싶은 사람이 가서 사와야지라며 나를 끌고 것을 몰랐을까. 아니 알았을까.

 

별이 많았다. 아마도 소나기가 내려 선명해 보였을 것이다. “ 무거운거 드는데 친구 데려가지 않아도 되겠어?” “내가 누나한테 그런거 시킬거 같애? 그냥 따라오기나 하세요라며 그가 향한 곳은 편의점이 아닌, 붉게 물든 단풍이 흐드러지게 들어찬 단풍터널이었다.

 

, 이런 곳도 있어?” “좋지?” “.” “누나.” “.” “근데, 누나 허리는 그렇게 얇은거야?” “뭐냐, .” “아까그렇게 싫었어?” “.” 녀석, 고개를 살짝 떨구더니만 금방 아참, 잠깐만 있어봐라더니 사라진다. 그리고, 어디서 났는지 빨간 장미 다발을 들고 나타나 이거, 누나꺼야라면서 건넨다. “, 이쁘다! 에구, 이쁜 하고 머리를 쓰다듬는 내게 그가 그런다. “누난 내가 이뻐?” “!” “…나두니가 이쁘다…” 그에게서 살짝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녀석에게 단풍보다도, 장미 다발보다도 붉어진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Felix Mas "Autumn - 2000"

 

 

from Pleasant PD 결혼이야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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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leasant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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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은 그렇다 치고, 제목이 <(모든) 결혼이야기이야기의 시작지점은 여기.>라니. 제대로 지은 거 맞습니까?

  2. 음. 결혼이야기이야기 시리즈가 있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