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스킨과 조선일보, PR과 저널리즘의 향연
1970년 이전에 태어나신 분들. 즉, 1995년경 25세 이상이 되어 막 사회에 진출하려는 시점이셨던 분들. 이 분들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 틀림없이 무척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1995년은 바로 이탈리아의 두 사업가가 “이 수첩은 글자가 쓰이지 않은 책이야”라고 말하며 수첩을 판매하기 시작한 해이고, 겨우 200장 남짓한 이 수첩은 권당 1~2만원 가량에 판매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에 1000만 명 이상이 이 수첩을 구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만 해도 약 700억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즉, ‘수첩=글자가 쓰이지 않은 책’이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사업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뭐가 아까우냐고요? 왜냐면 당신 또한 무의식적으로 ‘수첩=책’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죠.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냐고요? 아마도 당신은 문구점에 가는 누군가에게 “나도 수첩 한 권 사다 줘”라고 부탁한 적이 있을 테니까요.
“수첩 하나 사다 줘”라고 부탁하셨다고요? 그래도 ‘수첩 한 권’이라는 어구가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으시죠?
‘수첩=책’이라는 개념까지는 그렇다 치고 ‘수첩=글자가 쓰이지 않은 책’이라는 개념까지는 어떻게 갈 수 있었겠느냐고요? 수첩에 글자가 써져 있다면 그건 책이지 수첩이 아니니까요! 당신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맙시다!
조금만 빨리 생각했어도. 그렇죠?
‘몰스킨’이라는 이 밀리언셀러(-->‘수첩=글자가 쓰이지 않은 책’이라는 공식에 비추어볼 때 꽤 어울리는 표현이죠)가 탄생하기까지는, 그러나, 매우 정교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조선일보 백승재 기자의 ‘무덤에서 부활한 몰스킨의 성공 마케팅(2009.7.11)’ 기사를 인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7/10/2009071001702.html)
-
"먼저 어디에서 판매할 것인가에서부터 차별화했어요. 만약 우리가 단순히 메모를 하는 제품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사고, 창의성을 표현할 제품을 판매한다면 소비자는 어디서 그 물건을 사려 할까요? 바로 서점이죠. 그래서 이 제품이 수첩임에도 불구하고 서점에 공급했습니다. 실제로 몰스킨 수첩에는 일반 도서처럼 국제표준도서번호(ISBN)가 부여됩니다.”
-
“매장 디스플레이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예컨대 몰스킨을 애용했던 유명 인사들, 즉 피카소나 헤밍웨이, 채트윈 같은 지적이고 예술적인 인사들의 사진을 매장에 내걸었습니다. 몰스킨이 오랜 예술적, 지적 전통의 산물임을 알리는 거죠. 다만 요란한 홍보 활동 대신 매장의 설치물로만 커뮤니케이션을 제한했습니다."
-
“지금도 저희는 세계 곳곳에서 전시회를 엽니다. 실제로 몰스킨이 '쓰여지지 않은 책'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현대의 헤밍웨이나 피카소로 불릴 만한 창조적인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실제로 몰스킨 수첩에 적어 넣은 창의적인 글과 그림을 전시하는 거죠.”
-
“저희는 심미적인 부문에서 몰스킨의 정체성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몰스킨 수첩은 딱딱한 커버를 쓰는데, 촉감이 아주 독특해요. 이런 세부적인 촉감과 외형을 관리하고 유지하려면 직원 개개인의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몰스킨 직원들은 이런 방면의 전문가들이고, 핵심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가 조선일보에 실리기 정확히 1주일 전인 7월 4일, 같은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가 실렸군요. (백미는 마지막 문단에!)
조선일보 독자라면 누구나 팀 하포드에게 고민을 상담할 수 있습니다. 고민이 있으면 조선닷컴 위클리비즈(weeklybiz.chosun.com)에 들어와 '팀 하포드의 경제학 카운슬링'을 클릭한 뒤 게시판에 질문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해 올리면 됩니다. 거시경제 전망은 물론, 위 사례처럼 약속 시간에 늘 늦는 친구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동생에게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면 좋을지 등 생활 주변의 사소한 고민까지 모두 질문할 수 있습니다.
팀 하포드는 독자 여러분의 질문 중 매달 한가지를 정해 답해 드리게 됩니다. 그리고 질문을 올려 주신 분들 중에서 다섯 분을 추첨해 이탈리아 명품 몰스킨(moleskine) 수첩을 보내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몰스킨과 조선일보, PR과 저널리즘의 향연이 멋지지 않습니까?
'미디어가까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마사이워킹센터는 정말 신발에 반대(anti-shoe)할까?...IMC의 중요성 (0) | 2010/08/12 |
|---|---|
| PR업계의 "승자의 저주 딜레마" : 건설업계의 "손해 보더라도 무조건 수주" (1) | 2010/01/21 |
| 소넷엠쓰리의 비즈니스 모델: 우리는피알트너입니다&Co.의 비즈니스 모델 (1) | 2009/12/09 |
| 이 기사는 누구의 PR입니까? 에블린 단독등장의 이유는? (0) | 2009/11/29 |
| 몰스킨과 조선일보, PR과 저널리즘의 향연 (2) | 2009/11/23 |
| <토머스 데이븐포트 인터뷰> 지식근로자 관리 I PR 에이전트 관리 (1) | 2009/11/21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재밌게 읽었는데 마지막 이미지가 안보이네요. ㅠㅠ
와, 감사합니다 ^^
이미지는 다시 첨부했는데, 보이실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