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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한산한 버스 안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뒷자리 창가에 엉덩이를 넉넉히 걸치고 앉아도 괜찮았던. 그래서 다음 정거장에 노약자가 우르르 탑승하는 따위를 염려할 필요도 없었던. 그래서 그냥 그렇게 앉아 창문을 살랑살랑 넘나드는 한강의 잔물결을 느끼기만 하면 되었던.

 

한가롭던 창문 너머로 그들을 보았습니다. 손을 잡고 햇빛과 한강 사이를 슬근슬근 걸어가는 늙은 남자와 늙은 여자를. 그들이 예뻐 보인다거나 혹은 예쁘지 않아 보인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늙어 저렇게 손을 잡으면, 그때도 설레일 있을까.

 

분명 그렇지 않을 거야라는 쪽으로 한껏 치우친 감정에서 비롯된 질문이었으나, 불쑥 그의 생각이 튀어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라면. 저렇게 늙어 저렇게 손을 잡고 있는 상대가 바로 녀석이라면.

 

순간 목과 배꼽을 연결하는 면이 등과 가슴을 가르는 면을 만나는 선을 따라 찌릿찌릿한 것이 올라왔습니다. 은애하던 자에게 사실은 너를 은애하였노라는 고백을 들을 올라오는 찌릿찌릿한 것이. 머리가 하얗게 세어 늙고 쪼그라든 녀석과 손을 잡고 걷는 상상으로도 이렇게 찌릿찌릿한 것이 올라와 버리다니, 에잇, 녀석이 옆에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이지 뭡니까.

 

그러나 그에 관한 단상 조각 정도가 (뜻하지 않게도) 슬쩍 튀어 올라 Pleasant PD 무디 파트너 (  )요일 속에 박혀 버렸습니다. 이봐. 일단 들어갔으니, 절대 나오지 말라구.

 

다시 너를 만나 너를 마주하면, 그래도 다시 사랑하게 테니.

 

 

 

Zhaoming Wu "Touching The Sky"

 

from Pleasant PD 무덤디자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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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leasant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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