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 있으면서도 닫힌 "목요일" (그리고 보스턴)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목요일과 나와의 관계는 지극히 단속적이다. 파트너 대 파트너 관계는 단 하루로 끝나며, 대개는 거기서 매듭이 지어진다. 물론 목요일 측에서 또 한번 Pleasant PD에게 무디 파트너를 신청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나비의 날갯짓으로 생긴 태풍이 다시 나비의 날갯짓으로 돌아갈 확률 정도에 머물 뿐이다. 잔인할 만큼 불확실하고 불연속적인. 이번 주 목요일이 지나칠 정도로 ‘특별한 장소’에 집착한 것은 아마 이런 이유에서였으리라.
목요일은 한 나라의 역사가 시작되는 곳에서 우리의 역사를 시작하고 싶어했다. “보스턴 공원 Boston Common 에서 만나. 그곳만한 곳이 없겠어. 붉은색 옷을 입고 오는 건 어때? 서로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말이야.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붉은 벽돌길 Red Trail 을 따라가는 거야.”
막 만난 남자와 여자가 만들어내는 이상한 기운을 아실 것이다. 그런데 그 기운을 물리치는 가장 멋진 방법에 대해서도 아시는지 모르겠다. 별 것 아닌 것이라 할지라도 신기한 듯 뒤돌아보며 “아아 저것 봐요” 하며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뭐 그다지 그런 류의 기술이 발달한 편은 아니지만, 가끔 뒤를 돌아봄으로써 상대편으로 하여금 “아아 저것 봐요” 하며 대화를 시작하도록 하는 기술 정도는 가지고 있다.
특히 그 날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어느 나무를 지나치는 순간 정말로 신기한 것들을 발견한 것이다. 순간 획 뒤를 돌아보았다. 무언가 몽실몽실한 것을 본 것 같았는데. 아아. 다람쥐들이로군. 두 마리야. 순간 너무도 당황해 버린 나는 획 다시 뒤돌아 버리고 말았다. 귀여운 다람쥐가 다른 귀여운 다람쥐 위에 올라타 열심히 아래위로 흔들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 저런 어리고 귀엽게만 보이는 것들도 저런 것을 하는구나.
“뭐야? 뭐가 있어?” 아차 하는 순간 목요일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매우 유쾌한 목소리로 하하하 웃어댔다. “아아. 저것 보게. 괜찮아, Pleasant PD.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고. 하하하.”
나는 그런 그를 향해 상쾌하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 주었다.
정말이지 상쾌해질 뻔한 순간이었다. 목요일이 그 크고 묵직한 손으로 나의 어리둥절 가운데 손가락을 감싸 쥐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나는 있는 힘껏 손가락을 빼려고 버둥거렸지만, 반쯤 빼냈나 싶으면 어흥 물어 버리고 또 반쯤 빼냈나 싶으면 또 어흥 물어 버리는데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보스턴 공원은 미국의 역사가 시작되는 곳이다. 그러나 두 마리의 다람쥐가 새 생명의 역사를 열어준 곳이기도 하다. 물론 목요일과 Pleasant PD의 짧았던 무디 역사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by Pleasant PD
'Pleasant PD의슬쩍上上'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예쁜 여대생 님의 ●•원더브라•●에 관한 단상 (4) | 2009/12/23 |
|---|---|
| 등의 울렁거림을 시험해볼 것 (0) | 2009/12/21 |
| 열려 있으면서도 닫힌 "목요일" (그리고 보스턴) (1) | 2009/12/17 |
| 99명의 여인과 이기혁 (2) | 2009/12/14 |
| 하체비만개미승천기 (3) | 2009/12/12 |
| 좀처럼 녹으려 들지 않는 단단한 초콜릿 녹이기 게임 (1) | 2009/12/10 |






댓글을 달아 주세요
보스턴에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