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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꼬마 양은 지하철 의자에 걸터앉아 부스럭부스럭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꺼냈다. 제길. 유치원생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꼬마 양의 얼굴은 두꺼비마냥 잔뜩 부풀어 올랐다.

 

꼬마 양의 예쁜 유치원 선생님은 어제 <유치원생이 알아야 지하철 괴물 11마리 그리기>숙제를 내주었다. 기한은 2. “ 때까지 완성하지 못한 어린이는 <유치원생이 가장 싫어하는 숙제 Best 5> 하게 거에요. 물론 <유치원생이 알아야 지하철 괴물 11마리 그리기> 안에 포함된답니다.” 친구들은 10초간 우우 불쾌함의 함성을 질러 댔지만, 예쁜 유치원 선생님은 흐뭇한 표정으로 점점 예뻐지고 있었다. “이제 그만둬.” 참다 못한 반장의 고함소리가 아니었던들 예쁜 유치원 선생님은 훨씬 예뻐졌을 것이다.

 

꼬마 양이 열심히 그리고 있는 것은 기린이었다. 아주 잠깐아니, 지하철에 기린이 거지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러나 <유치원생이 알아야 지하철 괴물 11마리 그리기> 완성해야 하는 입장에서 기린의 탑승은아니 이게 기린 아니 아니 기린이었다. 기린의 얼굴.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꼬리. 휴우.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기린은 머리를 비롯해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그리고 꼬리를 정신 없이 움직여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기린을 뒤덮고 있는 반점들을 그릴 차례였다. 특이하게도 반점들은 기린의 다리 부분에 집중 분포되어 있었다.

 

뭐야, 바지 같잖아, 큭큭.

 

이것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기린이 머리를 비롯해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그리고 꼬리를 움직일 때마다 반점들도 출렁출렁 움직이며 커졌다 작아졌다 커졌다 작아졌다 커졌다 작아졌다. 휴우. 쉽지 않아. 쉽지 않아. 꼬마 양은 그러나 이쯤 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예쁜 유치원 선생님이 기린에게 쫓아와 반점 길이를 재볼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노란색 크레파스를 들고 기린의 몸을 예쁘게 색칠한 , 검은색 크레파스를 들고 기린의 눈과 반점들을 색칠했다. 좋아. 아주 좋아. 이제 10마리만 그리면 되겠어.

 

꼬마 양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순간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오빠가 보였다. 빨간 여드름이 , 약간 움ㅊㅡ러든 듯한 느낌의 오빠였다움ㅊㅡ린 오빠는 무슨 책인가를 무릎에 올려 놓고 있었다. 이야, 나는 스케치북을 오빠는 책을, 우리는 세트잖아. 꼬마 양은 약간 신이 나서 움ㅊㅡ린 오빠의 책을 유심히 관찰하다 흠칫 놀랐다. 책이 꿈틀 움직인 것이었다. 꿈틀. 꿈틀. 오빠 살아있는 책을 가지고 있는 거야? 꼬마 양은 겁에 질려 움ㅊㅡ린 오빠의 얼굴을 쳐다 보려다 한번 흠칫 놀랐다. 움ㅊㅡ린 오빠가 같은 것을 흘리며 꼬마 양을 이상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뭐야, 팬티가 보이나?

 

꼬마 양은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앉았다.

 

<유치원생이 알아야 지하철 괴물 11마리 그리기> 1/11 경쾌하게 끝내버린 꼬마 양은 무악재 역에서 하차했다.

  

 

 

Egon Schiele "Maedchen Im Gelben Kleid S 21"

 

from Pleasant PD 바지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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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leasant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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